이탈리아. 몇 해전 여행 계획을 세우고 패키지 예약까지 했다가 코로나가 터져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었는데, 갑자기 가보리라 결심을 세운 게 작년 9월. 시기는 여러 가지로 그나마 시간낼 수 있는 때 3월, 4월을 목표로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샅샅이 뒤졌다. 해외 자유여행은 일본 말고는 해본 적이 없는데다 유럽은 소매를 치시는 분들과의 결전 무용담이 난무하여 자유여행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패키지가 가격은 눈이 번쩍할만큼 저렴하지만 너무 여러 곳을 가야하는 강박에 찍고찍고의 연속에, 버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일쑤. 게다가 그전의 경험상 숙소는 대부분 공기만 좋을 것 같은 곳들에다가 식사는 대부분 그저 그랬었다. 이 때 찾은 노마드트래블. 어, 좋은데? 로마 3박, 피렌체 3박, 한 나라 집중 탐구. 노옵션 노쇼핑에 고속기차, 전용버스, 지하철, 카페리, 수상택시, 케이블카 뭐 다 타네. 응? 항공, 석식은 제외? 근데 비용이 보통 풀패키지의 두 배가 넘네? 솔직히 고민됐다. 과연 노마드가 내세우는 장점들로 비용 이상의 만족이 가능할까? 그런데 같이 가는 동행이 선뜻 가보자 했다. 얼마를 별렀다 가는 거냐며 욕심 좀 부려보자고... 물론 떠나기 전, 주로 톡으로 소통하면서도 성심껏 대해주는 느낌을 준 노마드 담당자님의 답변들에서 이미 기대감은 커지고 있었다. 로마, 폼페이, 소렌토, 카프리, 나폴리, 발도르차, 피렌체, 베네치아, 돌로미티, 밀라노. 볼거리와 이야기거리가 넘쳐나는 곳들이었다. 6쌍의 부부와 모녀 한 팀으로 14명이 꽉 채워진 팀. 패키지 여행에서 정말 중요한데 내 맘대로 안되는 세 가지, 날씨, 가이드, 동행자들. 그런데 이번 여행은 감사하게도 행운이 같이했다. 남부 투어 때 날씨가 좋지 않아 카프리 섬 정상에서 오들오들하기도 했지만 베네치아의 파란 바다가 만회해 주었고, 최영섭(사무엘) 가이드님은 이탈리아 현지인 내공을 뿜뿜하시면서도 여행자들을 자상하게 케어해주셨다. 기차이동하며 팀 전체를 잘 인도하시며 일정관리에 여념이 없으시면서도 항상 점심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맛난 음식을 충분히 주문해 주시고, 열차가 지연되어도, 시즌 준비 중이라 예약한 식당이 문을 안 열었어도 척척!! 더 보여주시고 더 누리게 해주시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혼부부에서 퇴직기념 부부 여행까지 다양한 분들이 모였음에도 배려심으로 넉넉한 웃음과 여유 속에 여행을 같이한 우리 팀원들이 가장 큰 행운이었고 또 새삼 감사하다. 사진만 1,000장을 넘게 찍었다. 여행 직전 4년된 핸드폰을 바꿨고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참여 의사를 전달하고 성원 확정을 기다리며 곰곰이 들여다보니 노마드 프로그램을 나름대로 활용할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점이라 생각했던 게 오히려 장점들이었다. 우선, 항공 제외라 항공편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저가 항공이나 경유편을 이용해 항공요금을 세이브하고 (노마드의 기준 항공편인 K항공 대비 2/3수준으로 get) 대신 앞뒤로 일정을 늘였다. 하루 일찍 출발하고 귀국은 이틀을 늦췄다. 물론 공항 픽업 센딩서비스를 포기해야했고 K항공 대비 여러 서비스의 부족, 불편함도 있었고 별도 예약을 위해 정보의 바다를 헤매야 했지만, 항공요금 세이브한 걸로 숙박비, 투어비용을 충당하며 더 둘러보고 자유여행 기분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더해진 시간에 하루는 로마의 아름다운 성당 다섯 곳을 방문했다. 때마침 가톨릭 희년이라 25년만에 열리는 두 군데의 Porta Santa도 지날 수 있었다. 수많은 보물급의 성화, 천장화, 조각품들을 보자니 천주교 신자가 될까 싶기도... 밀라노에서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브레라 미술관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또 하나는 석식 제외. 달리 보면 패키지팀과 같이 하는 일정이 보통 5시, 6시면 끝나고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그만큼 내가 욕심내 준비하고 발품팔면 더 누릴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숙소가 대부분 기차역 근처의 시내라 식당들도 찾기 편했고 움직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아무 것도 안할 자유도 있었다. 가이드님의 소개와 숙소 근처의 구글 평점 높은 식당을 찾는 재미도 있었고, 기억에 남을 식사를 하기도 했다. 때론 피곤하다는 핑계로 저녁을 생략하고 간단한 안주거리와 와인을 준비해 호텔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다. 로마에선 시간이 맞아 숙소 가까이의 로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헨델의 오페라 Alcina를 관람했다. 무려 1인 100유로. 그런데 돈이 아깝지 않았다. 피렌체에서는 현지에서 야경 투어를 예약, 참여해서 예쁜 사진을 건지기도 했다. 물론 체력과 의욕이 필수! 긴 시간 준비하고 걱정도 많았지만 노마드의 9박 11일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12박 14일 일정을 정말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트러블이나 사고없이 무사히 마쳤다. 감사하다. 때이른 고민을 해본다. 다음 유럽 여행은 노마드 트래블과 함께 스페인을 가볼까? 아니면 이번 여행에서 얻은걸 자산으로 이탈리아 자유여행을 해볼까? 그만큼 만족스러운,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하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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